롤 모델이 된 까닭

<큰 바위 얼굴>은 미국의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1804∼1864)의 작품이다. 너새니얼 호손이 만년에 쓴 단편소설로 ‘큰 바위 얼굴’이라는 소재를 통해 여러 가지 인간상을 보여주면서 이상적인 인간상을 추구한 작품이다.

미국의 남북전쟁 직후, 어니스트라는 소년은 어머니로부터 바위 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설(傳說)을 듣는다.

어니스트는 커서 그런 사람을 만나보았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자신도 어떻게 살아야 큰 바위 얼굴처럼 될까 생각하면서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간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돈 많은 부자, 싸움 잘하는 장군, 말을 잘하는 정치인, 글을 잘 쓰는 시인들을 만났으나 큰 바위 얼굴처럼 훌륭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니스트의 설교를 듣던 시인이 어니스트가 바로 ‘큰 바위 얼굴’이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할 말을 다 마친 어니스트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자기보다 더 현명하고 나은 사람이 큰 바위 얼굴과 같은 용모를 가지고 나타나기를 마음속으로 바란다.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 어니스트는 가난하여 오두막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도 없이 홀어머니와 단둘이 어렵게 살았다. 나하고는 반대다. 나는 어머니 없이 홀아버지와 힘겹게 살았다. 곧 출간되는 나의 저서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에도 나오지만, 어머니가 없는 삶은 한마디로 지옥과도 같았다.

어니스트는 착하고 영특했지만, 소년의 자질을 알아보고 챙겨주는 선생님도 없었다.

이 부분은 나와 닮았다. 얼마 전 자신도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사람을 만났다.

“저는 홍 작가님의 저서 4권을 모두 인터넷으로 구입하여 읽어봤습니다. 정말 글을 잘 쓰셨더군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으며 아울러 책까지 낼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은 언제나 동일하다. 먼저 책부터 많이 읽어야 한다. 병행하여 소재가 뭐든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내 책을 읽고 심지어 나를 롤 모델(role model) 삼았다는 분도 더러 계신다. 롤 모델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나 임무 따위에서 본받을 만하거나 모범이 되는 대상을 말한다. 롤 모델이 되자면 그에 합당한 뚜렷한 준거(準據)가 필요하다.

그래서 불학(不學)의 무지렁이에 불과한 나를 존경까지 한다는 분을 만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무튼 어니스트는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다.

덕분에 만년에는 만인이 존경하는 ‘큰 바위 얼굴’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었다. 나처럼 불우했고 불운했으며 어머니 모습이라고는 기억조차 없는 파란만장 삶을 잡초처럼 살아온 사람도 때론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게 신기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솔직히 감사하다. 나는 지금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기존의 별명인 ‘(엉뚱한) 홍키호테’와 작가, 기자, ‘인생 9단’, ‘사자성어 달인’에 더하여 ‘소설가’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된다면 나를 롤 모델로 하는 사람은 분명 더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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